[신 남북시대] 통일부 인터넷은 아직 '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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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평양 정상회담 이후 화해.협력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통일부 인터넷에 실린 북한 정보는 냉전.대결 중심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의 주요 정보가 오류투성이로 드러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0일 현재 통일부 인터넷 사이트인 '유니코리아' (http://www.unikorea.go.kr)에는 북한관련 학습자료나 정보를 얻기 위해 학생.연구자 등이 65만6천회를 다녀갔다.

관계자에 따르면 1996년 12월 개설 이후 이용자들이 꾸준히 늘었지만 특히 남북 정상회담 직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헌자료나 사진.영상자료 상당수가 북한체제를 비방.왜곡하는 방향으로 소개되고 있다.

특히 북한 사진을 소개하는 '통일갤러리' 코너엔 평양의 국립악단인 '왕재산경음악단' 여배우들의 공연모습을 싣고 '김정일의 성적(性的) 쾌락도구인 기쁨조' 란 설명을 달아 놓았다.

어린 초등학생이나 중.고생의 이용이 많은 사이트 내용으로 부적합할 뿐더러 올바른 북한 이해와도 거리가 멀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지적이다.

내용상 오류도 적지않다.

인민무력성(우리의 국방부)소속의 특수학교인 '만경대혁명학원' 의 군사교육을 '인민학교 학생들의 총기 사용법 교육' 으로 둔갑시켰다.

또 판문점에서 열렸던 범민족대회 장면을 북한의 청년단체인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대회라고 잘못 소개하고 있다.

오(誤).탈자(脫字)에다 띄어쓰기도 엉망이다.

북한 주민들이 노동신문을 돌려 읽는 모임인 '독보회' (讀報會)를 '독회보' 로 표기하는가 하면, 출장용 양표(糧票.식량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쿠폰)는 '출장 용량표' 로 적어 놓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의 발빠른 변화에도 해묵은 정보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북한 주요 행사예정표' 에는 아직까지 99년도 것이 실려 있고 '남북관계 일일동향' 자료는 지난해 11월을 끝으로 교체하지 않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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