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진갑용 "이 기회에 주전 꿰찰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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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진갑용(26.삼성)은 프로야구에서 알아주는 '베짱이' 다.

부산고-고려대를 거치면서 청소년.국가 대표 주전포수로 활약하면서 진은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포수' 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997년 두산의 전신 OB에 입단한 그는 "이렇게 못하면서 주전으로 뛰는 포수는 처음일거야. 정말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포수네" 라는 놀림을 받았다.

입단 첫해 0.242의 타율에 그쳤고 수비에서도 볼을 빠뜨리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그는 타고난 재질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했다. 마음만 먹으면 프로야구의 내로라 하는 포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만 넘쳤을 뿐 시간이 흐를수록 갖고 있던 기량은 녹슬었다.

99년에는 걸출한 신인 홍성흔에게 두산의 안방자리를 뺏겼다. 지난해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삼성의 포수난을 해결할 수 있는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래도 독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그런 진갑용이 달라졌다. 국내 최고 포수라는 김동수(32)가 자유계약선수로 삼성에 입단하면서다.

더 멈칫거렸다가는 퇴출당한다는 절박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김동수를 제칠 수는 없었다. 기회를 기다려야 했다.

지난달 25일 한화전에서 삼성 코칭스태프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줄줄이 퇴장당하던 날 김동수가 왼쪽 옆구리를 맞고 경기도중 빠졌다.

드디어 진갑용에게 주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방망이도 살아났다. 난생 처음 연타석 홈런(6일 두산전)을 날리면서 적시타를 때렸다.

팀 10연승의 고비가 된 지난 8일 LG전에서도 진은 4회말 2사 후 동점 2타점 2루타를 때려 연승을 뒷받침했다.

"12경기 동안 한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뛰기는 처음입니다. 그런데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라며 진은 쑥스럽게 웃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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