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행 '단전호흡과…'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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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단전호흡과 정신문화' (이규행 지음.중앙일보이코노미스트.1만2천원)의 저자 이규행씨의 약력은 그 자체가 '암호문' 으로 보인다.

저자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과연 한 사람의 약력인가 싶을 것이다.

경향신문 편집국장 주필, 한국경제신문과 문화일보 사장, 중앙일보 고문. 여기까지는 분명 원로 언론인의 모습인데, 바로 그 다음에 보이는 현묘학회장, 사단법인 한배달 회장 등의 직함은 아마도 다른 사람의 것이지 싶다.

언론인으로서의 행동반경과 전통의 정신문화에 대한 관심, 이 두가지 행보를 이질적인 것으로 해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전통과 현대 사이의 거대한 편차가 그만큼 큰데다가, '일상의 사회적 삶' 을 다루는 저널리즘과 '궁극의 삶' 을 다루는 정신문화의 사이를 턱없이 넓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관습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정신문화 탐구 활동을 반영하는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대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전통 기(氣)수련인 단전호흡과 관련한 교습서. 그러나 단전호흡의 요령을 원리 내지 전통문화의 맥락 속에 소개한다는 보기드문 장점에 힘입어 예전 도판(圖版)과 해설 위주의 단순 소개서와는 많은 점에서 구분된다.

단전호흡을 '건강을 위한 수련' 과 '정신의 깨달음을 위한 수련' , 두 가지로 엄격하게 나눈 것도 저자의 깊은 속내를 짐작케 한다.

책 뒷부분은 편안한 에세이. 글의 내용은 '선도(仙道)와 첨단과학이 둘이 아닌 하나' 라는 신조를 담고 있거나, 유영모에서 함석헌에 이르는 근현대의 큰 인물들과 관련해 우리가 잃어버린 토착사상의 줄기를 모색하는 문제제기를 담고 있다.

고전을 풍부하게 인용한 글들은 짧아도 문제제기가 많이 섞여있어 여러 전공의 사람들이 읽어도 많은 암시를 얻어갈 수 있는 것도 신간이 갖는 미덕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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