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인문학상 제정에 부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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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올해로 꼭 등단한 지 13년째가 되었다. 그러기 전 10년간 등단 준비 과정을 거쳤다.

당시 나는 신춘문예만을 고집했었고, 10년의 낙선 끝에 신춘문예가 아닌 다른 길을 통해 작가로 첫발을 내딛었다.

사실 이 정도가 되면 그 제도에 대하여 개인적인 반감 같은 것도 있을 법한데, 나는 어느 자리에서도 단 한 번 신춘문예 무용론에 대해서 말해본 적이 없다.

어느 쪽이냐 하면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문학수업을 하는 동안 그것은 매우 유용했었고, 한국문학 전체로 봐서도 그것은 지금도 매우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나는 새로운 원고를 쓸 때마다 예전 신춘문예를 준비하던 시절로 돌아가자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유용하다고 하여 아주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다. 7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너무 관례화되었고, 그것을 실시하는 신문사마다 천편일률화된 느낌도 없지 않다.

문단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통풍구로서의 역할도 예전같지 않아 어떤 땐 이것이 한국문학을 위한 행사인지 아니면 매년 겨울마다 치르는 신문사들의 연례행사인지 언뜻 구분이 안 갈 때도 있다. 무엇보다 모든 신문이 똑같은 시기에 똑 같은 방법으로 그것을 실시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중앙일보가 기존의 신춘문예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하여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중앙신인문학상' 을 제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른 여러 등단제도가 있긴 하지만 신문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신춘문예의 가장 큰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이땅의 문학지망생들에게 또 한차례 큰 마당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그것은 거듭 환영할 만한 일이다.

거기에다 무엇보다 이 제도가 마음에 드는 것은 이제 막 등단하는 신인작가에게 파격적인 상금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상금 액수가 그 자체로 문학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등단과 동시에 보다 멀고 험한 길을 나서야 할 신인작가에게 그것은 남다른 격려가 됨과 동시에 그 길을 새로이 준비하는 동안 참으로 유용한 노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보다 큰 문이 열리고 보다 큰 마당도 준비되었다. 이 땅의 문청(文靑)들에겐 밤을 새워 쓰는 일만 남은 것이다.

먼저 길 위에 선 선배 작가로서 이 새로운 통풍구를 통해 우리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 줄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을 기대한다. 부디 그 영광이 당신과 함께 하길….

이순원 <소설가>

중앙신인문학상 응모접수는 8월1일부터 31일까지. 자세한 것은 조인스닷컴(http://joins.com)이나 02-751-5597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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