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 사건 ‘간첩 누명’ 처조카 일가에 68억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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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969년 이중간첩으로 몰려 처형된 이수근씨를 도운 혐의로 구속돼 21년간 복역한 이씨의 처조카와 그 가족에게 국가가 68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이씨의 처조카 배경옥(71)씨와 가족 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배씨에게 10억원 등 15명에게 모두 22억5000만원과 배씨가 복역을 시작한 69년 3월 이후의 이자 등 총 68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배씨를 조사하면서 물고문·전기고문 등과 구타로 허위자백을 강요해 20년10개월 동안 무고한 수형생활을 하게 했다”며 “영장 없이 강제 연행한 뒤 진술거부권 등을 알리지 않는 등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는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낼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는 국가의 주장에 대해서는 “재심 판결이 지난해 확정되기까지는 소송을 낼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던 이수근씨는 67년 3월 판문점을 통해 귀순했으나 69년 1월 위조 여권을 이용해 캄보디아로 가다 기내에서 중정 요원에게 체포돼 같은 해 7월 사형이 집행됐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처조카인 배씨는 암호문을 북한으로 우송되게 하는 등 국가기밀 누설을 방조했다는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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