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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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521년부터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은 멕시코는 1821년 3백년 만에 독립했다.

그러나 1849년 미국에 리오 그란데 강 이북지역(텍사스)을 빼앗겨 영토가 반으로 줄었고 군벌 출신 독재자 디아즈의 30년 장기 집권으로 피폐해졌다.

1910년 사파타.오브레곤 등 시민계급 혁명가들이 '멕시코 혁명' 을 일으켜 디아즈 체제를 무너뜨리고 17년 신헌법 공포로 연방공화국을 출범시켰다.

혁명 정부는 27년 '제도혁명당(PRI)' 을 창당, 지금까지 71년간 집권했다. 제도혁명당은 노동자.농민.군부 등 각 분야의 이해관계를 포괄하는 조합주의(코포라티즘) 통치를 펼쳤고, 집권 때마다 개혁을 내세워 야당을 봉쇄했다.

대통령에게 후계자 지명권까지 주면서도 6년 단임 원칙 만은 고수했으며 군부를 정치에서 배제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안정적인 일당지배를 구축했다.

'정당국가' 로 지칭되는 멕시코의 이같은 지배구조는 다른 나라 독재자들의 참고 모델이 되기도 했다.

80년대 들어 빈부격차 심화로 국민 반발이 심해졌다. 88년 대선 때는 유권자의 반 이상이 기권하고 부정선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가운데 집권당이 50%를 겨우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94년 대선 때는 개혁을 내세운 루리스 도날도 콜로시오 후보가 당내 기득권층의 반발로 암살된 뒤 새 후보로 지명된 에르네스토 세디요 당시 교육장관이 50.1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현 대통령인 세디요는 이번 대선에서 라바스티다 전 내무장관을 후계자로 내세웠으나 선거에 개입하지 않고 중립을 지켜 71년 만에 정권교체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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