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돈이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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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프랑스 인터넷 경매 사이트들은 대목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홈페이지를 새 단장하고 라디오·잡지 등에도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크리스마스용 선물 판매가 아니다. 크리스마스에 받은 선물을 들고 나와 다시 파는 ‘크리스마스 선물 되팔기 경매 시장’이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아르노 방포렝게는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대목이 12월 24일까지였지만 지난해부터는 되팔기가 워낙 많아서 1월 초가 더 바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불어닥친 금융위기가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선물 풍속도 바꿔놓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받은 선물 되팔기다.

최근 여론조사업체 TNS가 프랑스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열 명 가운데 네 명 이상(41%)이 “크리스마스 때 받은 선물을 되팔겠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20%가 선물을 되팔겠다고 했는데 올해는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까지는 받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같은 것이 있을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올해는 볼 필요 없이 팔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해의 경우 CD·DVD·책 같은 선물이 ‘되팔기 사이트’에 가장 많이 등장했는데 올해는 전기제품 등 좀 더 값나가는 것들도 많이 나올 것으로 경매 업체들은 전망하고 있다.

‘뤼 뒤 코메르스’ ‘아마존’ 등 주요 인터넷 경매 사이트들은 25일부터 되팔기 코너를 오픈하고 내년 1월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사회학자 제라르 메르메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위기가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 놓았다”며 “정성이나 마음 같은 것보다는 물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스스럼없이 선물을 되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최고 인기 선물은 ‘현금’이 됐다. 여론조사기관 Ipsos의 최근 조사에서 ‘크리스마스 날 트리에 걸려 있었으면 하는 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현금이 든 봉투’라고 대답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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