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기다리는 장기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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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구.경북지역 양심수후원회에서 마련해 준 대구시 수성구 '민들레의 집' 에서 지내는 비전향장기수 김창원(金昌源.66)씨는 북한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게 됐다는 소식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金씨는 1969년 남파됐다 검거돼 30년간 징역을 산 뒤 지난해 1월 출소했다. 金씨는 비전향 장기수인 김종호(金鍾浩.84)씨와 함께 살고 있다.

61년 남파됐다 검거된 김종호씨도 수감생활을 해오다 91년 건강악화로 풀려났다. 북한에는 부인과 외아들이 살고 있다.

양 金씨는 요즘 30년 만의 귀향을 앞두고 아침마다 인근 학교에서 운동하면서 건강을 다지고 있다. 김창원씨는 "요즘 가족을 만나는 꿈을 부쩍 자주 꾼다" 며 "비전향 장기수들의 억류생활을 풀어주는 것이 화해의 시작" 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동구 성남동 '형제의 집' 에서 '형제건강원(湯劑院)' 을 운영 중인 최선묵(崔善默.72)씨 등 비전향 장기수 4명은 자신들의 송환문제가 합의됐다는 소식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3.1절 특사로 석방된 崔씨와 최수일(崔水日.61).김용수(金容壽.70.93년 석방).한장호(韓障昊.78.95년 석방)씨 등 4명은 "수십년 동안 간직해 온 우리의 희망이 이렇게 갑자기 성사돼 믿어지지 않는다 "고 말했다.

북한에 부인과 두 딸을 두고 온 崔씨는 "북한에 일단 돌아간 뒤 여건이 허락하면 남한에 자주 내려와 그동안 사귄 친구를 만나고 싶다" 며 "통일에 대한 꿈이 현실로 다가온 느낌" 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한 독지가로부터 약탕기 5대(1천만원 상당)를 기증받아 한약제를 달여 팔면서 생계를 유지해 왔다.

김방현.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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