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적십자회담] 최대 쟁점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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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강산 적십자회담이 비전향장기수 문제로 뒤뚱거리는 양상이다.

북측 최승철 단장(적십자회 중앙상임위원)이 첫 회담 때부터 "8.15 이산가족 방문단에 앞서 8월 초 비전향장기수를 먼저 송환할 것" 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북측의 비전향장기수 주력 방침은 우리측이 예상했던 일. 6.15 공동선언문 3항에 이산가족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장기수 문제도 다룬다고 돼 있다.

그러나 '선(先)장기수 송환, 후(後)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입장은 의외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반응이다.

북측이 비전향장기수와 이산가족 문제를 '동시에' 다루자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

양측은 이 문제의 절충을 위해 28일 비공개 접촉을 했지만 북측은 평양측의 훈령(訓令)이 없다며 해답을 주지 않았다.

북측은 비전향장기수의 우선 송환에 상당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북한 언론들은 최근 8.15 전 송환을 줄곧 요구해왔고 비전향장기수 가족을 내세워 국제기구에 호소하는 등 활동을 벌여왔다. '장기수 구원대책위원회' 도 만들었다.

금강산회담의 비공개 합의를 깨고 28일 북한이 방송을 통해 '선 장기수 송환' 입장을 밝힌 것은 이 문제가 회담의 쟁점이 될 것을 예고한다.

정부는 우선 8.15 때 1백명이 상봉하고 비전향장기수는 국군포로 등과 함께 이산가족 범주에 넣어 차차 다루겠다는 구상이었다. 국군포로를 제쳐둔 채 장기수만 덜렁 보내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차관급 회담이 북측의 선(先)비료지원 요구로 결렬됐지만 장기수 문제는 비료보다 더욱 민감하다. 정부관계자는 "우리쪽 여론 반응이 신경쓰인다" 고 말했다.

남한 내 비전향장기수는 88명으로 이중 북한행을 희망하는 사람은 59명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비전향장기수의 대표격 3~4명을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에 맞춰 먼저 보내는 방안을 정부 내부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 문제를 벼랑끝까지 밀고가는 극한 입장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우리측은 생각하고 있다.

북측이 장기수 송환을 강조하면서도 이산가족 방문단 규모(북측안)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을 병행논의 의사로 판단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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