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 정부 용어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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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비전향장기수' 란 표현의 사용 여부를 놓고 정부가 갈피를 못잡고 있다.

그동안 북한식 용어라며 막아왔지만 6.15 남북 공동선언 제3항에 '비전향장기수' 란 표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의 북송(北送)문제가 적십자회담의 쟁점으로 불거졌다.

비전향장기수는 1990년대 초 인권단체가 이인모(李仁模.93년 3월 송환)씨 등을 다루면서 처음 사용했다. 당시 정부는 '미(未)전향장기수' 로 표기했다.

'미전향' 은 언젠가 전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이지만 '비(非)전향' 은 '결코 전향하지 않는다' 는 의미라는 것이다.

하지만 석방한 사람을 '장기수' 로 부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국가정보원(당시 안기부)은 95년 10월 '출소 공산주의자' 로 바꿔 불렀다.

그러나 또다시 '공산주의자를 정부가 석방했다는 말이냐' 는 반발이 있자 지난해 2월 정부는 '출소 남파간첩 및 공안관련 사범' 이란 표현을 썼다.

북한측은 일관해 '비전향' 이란 용어를 사용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전향장기수→출소 공산주의자→출소 남파간첩 및 공안사범으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6.15공동선언과 기존의 정부입장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 답답해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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