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사이버 공포증'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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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사회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중년층 뿐만 아니라 30, 40대들도 미래를 불안해하며 젊음에 지나친 집착을 보이는 이른바 '사이버 공포증' 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BBC방송은 27일 영국 플리머스에서 열린 '결혼생활에 대한 성공회 국제회의' 에서 인터넷 확산 등 최근의 변화가 야기하는 직장에서의 경력.가정생활.정신건강에 대한 공포감이 화제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포체프스트룸대의 조지 로터 교수는 정보통신 활용 능력이 강조되면서 장년층 남성들이 마치 여성들이 폐경기 때 젊게 보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상담소 책임자로 다양한 계층과 면접 상담을 해온 그는 이같은 현상을 '사이버 공포증' 으로 정의하며 "이는 기술에 대한 두려움보다 직장에서 영리하고 컴퓨터에 능통한 젊은이들이 급부상하는 데 따른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공포감 때문에 장년층들이 젊고 성공적인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외도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청바지 차림이 늘어나며, 헬스클럽이나 젊은층들이 찾는 술집에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머리를 지나치게 짧게 깎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BBC는 로터 교수의 분석은 미 영화 '아메리칸 뷰티' 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남성 주인공이 젊은 동료에 대한 패배감으로 직장을 그만 두고 딸의 친구인 10대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것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또 비틀스 전 멤머 폴 매카트니가 최근 청바지를 즐겨 입는 것도 이같은 현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터 교수는 "능력있는 젊은층들이 마구 몰려오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이 공포감은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에게 더 잘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 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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