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헤리티지 제단 토론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세종연구소와 미 헤리티지 재단은 26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평가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망을 짚어보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엔 스티븐 보즈워스 주한미대사와 에드윈 포일너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폴 월포위츠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장.맬컨 월럽 전 상원의원 등이 참석해 미국의 시각을 전달했다.

한국에서는 황원탁(黃源卓)청와대외교안보수석.양성철(梁性喆)주미대사 내정자.정재문(鄭在文.한나라당)의원.안병준(安秉俊.연세대)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미 양국의 정치인.언론인 등 1백5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남북정상회담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향후 남북관계 변화와 평화정착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성급한 개선이나 한.미 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예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적 색채의 정책 개발.자문 단체다.

다음은 주요 토론자의 발언 요지.

◇ 포일너〓북한이 최초로 한국을 국가로 인정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긴 여정의 첫 걸음이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며칠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면담에서 재확인한 '미군의 안정적인 영향력을 인정한다' 는 원칙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번 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좋은 이미지를 선보였지만 아직 그를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는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 월포위츠〓이번 회담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일이 역사에서는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위업이다. 그러나 우리는 냉철히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북한체제의 변화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남북 이산가족교류 문제도 한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북한의 경제개방 측면도 엣 공산권 국가들의 예에서 보듯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군사적인 문제 역시 당장 한국에서는 미군철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북한의 군축문제는 아직 언급되지 않고 있다.

◇ 보즈워스〓정상회담은 포용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金대통령의 업적이다.

이것은 또 金대통령의 정책에 공조해온 미국의 성과이기도 하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이 주요 당사자라는 게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 벌일 것이며 한.미.일 공조 체제도 유지할 것이다.

◇ 월럽〓정상회담 뒤 미국내 일부 정치인도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실질적으로 줄어든 게 없다. 한순간의 분위기 변화에 중대한 정치적 결정을 맡길 수는 없다.

한국은 미국과의 공조 속에 50년 동안의 자유와 번영을 누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 황원탁〓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대남 비방방송 중단과 남북접십자회담 개최 제의 등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한국은 냉전과 탈냉전이 공존하고 있는 과도기다. 따라서 현재의 포용정책을 고수하는 게 중요하다.

포용정책의 지속을 위해선 지금까지 미국이 보여줬던 협조적인 자세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미 공조가 이번 회담을 이끌어 낸 원동력이며, 향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양국이 더 큰 인내를 발휘해야 한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