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D-5 중간상황 점검] 병원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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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의약분업 시행시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실무적인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 약국에는 전문약이 없고 도매상이나 제약사들은 공급을 꺼리고 있다.

동네 의원이나 대형 병원들도 폐업투쟁에 몰두한 탓인지 처방전 발행 등 실무 준비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의약분업이 본격 시행되기 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환자들이 병.의원에서 처방전을 제대로 발급받지 못하고 처방전을 받더라도 약을 못구해 거리를 헤매는 등 준비 부족에 따른 초기 혼란이 심각할 전망이다.

병원.약국.제약회사들 중심으로 현황을 짚어본다.

대형 종합병원은 그런대로 준비가 되고 있는 편이지만 중소병원이나 동네의원은 대부분 처방전 전달 시스템마저 갖추지 못한 상태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신촌 세브란스병원 등 일부 종합병원은 다빈도 처방약 리스트를 지역 의약분업협력회의에 넘기고 처방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비교적 준비가 잘 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의약분업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기존에 가동하던 처방전 전산화시스템을 복지부의 처방전 서식에 맞도록 전환하는 등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처방전 발행 시스템을 개발, 이번주 내로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또 문전 약국이 거의 없는 특성을 감안, 병원 근처에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약국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상당수 종합병원이 그간 의료계 폐업으로 분업 준비를 못했다.

K대 병원 관계자는 "분업 실시가 유동적인 상황이라 준비를 못했다" 고 털어놨다. 주사제의 경우 사실상 분업 예외 항목으로 정해지기까지 논란이 많아 주사제를 처방전 항목에 넣어야 할지를 고민하느라 새 양식을 만들지 못한 경우도 많다.

중소병원은 더욱 심각하다. 복지부에서는 환자가 직접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돌아다니면 약품이 부족할 경우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커 팩스 이용을 권하고 있지만 병원과 약국 간 처방전 전달 시스템은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의사 1인당 1대씩 팩스를 구입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 성심병원 鄭종구 부원장은 "당장 팩스를 30대 넘게 구입해야 하는 실정" 이라며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아닌데 부담스럽다" 고 말했다.

동네 의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근거리에 있는 약국과 LAN을 설치한다고 해도 "설치비를 누가 내느냐" 고 말한다.

홍보도 제대로 안됐다. 처방전 발행과 관련해 상당수 의사들은 "특별한 준비는 필요없다" 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26일 복지부의 지침서를 전달받은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처방전을 제대로 작성하려면 질병 분류기호.질병 명칭 등도 숙지해야 하고 전문.일반의약품도 확실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데 단기간에 쉽지 않은 문제" 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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