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IT] 세우는 사람, 띄우는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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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우리가 산업사회를 지나면서 보고 느낀 기업가의 모습은 비전과 철학을 갖고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며, 임직원의 복지향상과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과 지식기반 산업의 영향으로 창업이 용이해지면서 기업가의 정의도 달라지고 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벤처기업도 보통 창업→도약→성장→지속적 혁신의 단계를 거치며 기업으로서의 틀을 갖춰 나간다.

창업 단계에서 기업가에게 필요한 자질 중 대표적인 것은 용감성이다. 도약의 시기에는 매출과 수익실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영업능력과 마케팅능력이 요구된다. 성장 단계에서는 총체적 관리능력이 가장 필요하다.

사업성이 지속적으로 실현돼 매출과 이익의 성과가 재무제표 상에 현금흐름과 함께 확실히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4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강력한 비전 실행 능력이다. 창업.도약.발전의 선순환 고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산업사회에서 보아온 기업가의 모습은 이 4단계 과정을 거치면서 벤처기업을 중견기업으로, 그리고 대기업으로 이끈 사람이다. 연구개발.영업.마케팅.재무회계.지식관리.비전수행 등 모든 것을 총괄, 진두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그런데 최근 주목해야 할 환경의 변화가 있다. 창업이 용이해졌고, 기업이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고, 자본과 경영이 분리되고 있으며, 경영지원 서비스산업이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경영도 기업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회사나 인큐베이팅회사 투자회사와 함께 해 나갈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기업가의 모습도 산업사회 때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는 기업가는 대체로 창업자의 모습이다.

장기적인 전략보다 단기 수익성에 더 신경을 쓰면 기업가이기보다는 전문경영인에 가깝다. 우리는 기업가와 창업자, 전문경영인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창업자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진 이들도 전문경영인의 자질까지 갖고 있지 못하면 기업가로 성장할 수 없다. 전문경영인은 장기 비전과 철학까지 갖추지 못하면 진정한 기업가로 존경받기 어렵다.

벤처기업 수가 7천개를 넘어섰다. 이들 창업자가 모두 기업가로 성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전문경영인들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이제 막 창업한 벤처인들이 훌륭한 기업가로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이숙 이코퍼레이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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