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36세 소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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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인형 파티를 하고 싶어요.”

아직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는 36살의 한상희(정신지체)씨는 직접 만든 만화 크리스마스카드에 조심스럽게 소망을 적었다. 올해 1월부터 수업을 시작한 만화반의 선생님이 내주신 마지막 숙제였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 수준의 말과 행동을 하는 '기쁜우리복지관' 장애인 10명에게 만화를 그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선 하나 긋고 나면 금세 힘이 빠져 쉬면서도 그들은 요령 피울 생각조차 못한다. 그들은 만화 카드 한 장을 그리기 위해서 6시간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올해에만 100장의 일러스트를 그렸다는 정혜수(20세, 발달장애)씨는 만화카드에 “일러스트 책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라는 소망을 적었다.

(봐줄 사람이 없는 그들의 소망)

이들 장애인들은 만화카드에 자신의 소망을 적으면 누군가 봐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실현되지 않을 듯하다. 복지관 측에서 11월 말 그들이 만든 카드 800장을 장당 300원에 판매하려 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쁜우리복지관 만화반 김건 교사는 “훈련생들이 장애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반사람들과 대화를 한다든가,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면서 “이번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통해서 지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무산돼 안타깝다”고 말한다.
빨간 날은 복지관도 쉬는 날이다, 이들은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집에 혼자 있어야 한다.

영상기획팀 김정록, 임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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