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학부모 불안심리 없애야 과외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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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동안 정부의 과외정책은 항상 초점을 비켜가곤 했다.

먼저 교과 중심의 대학예비고사를 언어.수리.외국어능력 등으로 다양하게 해 고액과외를 근절시키겠다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학원과외의 활성화만 초래하고 말았다.

학교 교육을 내실화 해 과외를 없애겠다는 정책은 또 어떤가. 흔히 학교 교육이 제대로 안돼 과외를 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학교 시설을 현대화하고 학급당 학생수를 줄인다 해도 경쟁체제 아래서는 과외를 없앨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과외와의 전쟁' 을 선포해 과외를 근절시키겠다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지난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도 실패한 단속 위주의 정책이 과외금지가 위헌이라는 헌재결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성공을 거두리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외문제 해결책이 번번이 실패로 끝난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가 제도개혁만으로 문제를 풀려고 했기 때문이다.

과외는 외과적 처방보다 심리요법을, 대증(對症)요법보다 종합처방을, 물리력을 앞세우기보다 학부모들의 의식개혁을 강조해야 한다.

과열과외는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심리와 '남들이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어떻게 되나' 라는 불안심리, '부모로서 할 일을 다했으니 대학에 낙방하면 내 책임이 아니라 네 책임' 이라는 부모의 '핑퐁심리' 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것이다.

과외효과가 커서 과열과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과외망국론으로 학부모에게 겁을 주면 학부모들은 불안해져 더욱 과외를 시키게 된다.

과외가 사회문제로 대두할 때마다 과외비는 올라가고 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과외비가 비쌀수록 과외효과가 큰 것으로 생각하지만 연구결과 과외효과는 과외비와는 거의 관련이 없고, 과외동기에 달려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외를 시켜달라고 조른 학생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부모와 교사가 권해서 한 경우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과외의 거품과 허상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 다른 어떤 정책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김진성 <서울 구정고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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