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회담 금강산 제안 수용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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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와 대한적십자사가 22일 적십자 회담을 금강산에서 갖자는 북측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이산가족문제를 빨리 다루려는 생각에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8월 15일로 잡아놓은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일정에 맞추려면 실무문제를 매듭짓기에 시일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전례없이 금강산 '호텔회담' 을 제의한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현재로선 이산가족 면회소를 금강산에 유치해 달러를 벌어들이려는 사전 포석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또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자' 는 21일 북한 전통문 대목을 두고 유엔사가 관할하는 판문점을 피하려는 의도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현대와 북한이 금강산 면회소 개설에 뜻을 두고 있지만 문제점도 많다" 고 지적했다.

70만원 이상 드는 관광비용과 고령 이산가족이 12시간 가까운 뱃길을 견뎌야 하는 부담이다.

또 판문점 면회소 개설이 갖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강산 회담은 판문점의 그것보다 번거로운 점이 있다.

회담 관계자는 "금강산이 북한 땅이라 '준(準)평양회담' 에 가깝게 준비해야 한다" 고 말했다.

대북전통문에서 서울~금강산호텔간 직통전화 5회선과 우리 기자단 6명의 방북 취재를 요구한 것은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나흘간 대표단이 체류하면서 집중적인 논의를 벌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7일 첫 회담에서는 방문단 명단교환 등 생사확인과 상봉절차를 집중 논의하게 된다.

그런 다음 상봉이 가능한 1백명의 이산가족 1세대를 서울과 평양에 각각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이와 함께 상봉의 정례화도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방문단 교환 주기를 얼마로 할지, 또 우리측이 구상 중인 국군포로의 가족상봉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6.15 공동선언의 '인도적 문제해결' 대목을 놓고 남북간에 견해가 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평양행을 희망하는 59명의 비전향 장기수 송환에 무게를 둘 것이 분명하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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