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출판계, 인터넷에 빼앗긴 독자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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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산뜻한 표지, 부담없는 크기,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다" TV와 PC통신.인터넷에 독자를 빼앗긴 일본 출판업계가 구매력이 높은 젊은층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가도카와쇼텐(角川書店)과 신초샤(新潮社)등 대형 출판사들은 젊은 독자층을 흡수하기 위한 기획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이들 기획상품의 특징은▶화려하고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핸드백에 넣을 수 있는 크기▶저렴한 가격▶젊은 작가▶젊은 번역가 등이다.

가도카와쇼텐과 아티스트하우스는 지난 4월말 공동기획한 '북 플러스' 를 내놨다. 가도카측은 2개월 간격으로 네권씩 북플러스 신간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4월말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알렉스 갈란드의 '4차원입방체' , 미국의 신예 여성작가 레니 스윈들의 '플리즈 플리즈 플리즈' 등 4권을 번역.출간했다.

표지가 화려하고 크기가 CD자켓만한 가로 12㎝, 세로 17㎝, 두께 5㎜, 무게 3백g의 이 책들은 젊은 독자층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가세한 것이 가격이다.

북플러스 시리즈의 가격은 권당 1천엔. 2천5백~3천엔 하는 기존 일본 소설책의 3분의1 수준이다. 6월초 현재 이들 북플러스의 판매현황은 권당 약 1만권. '외국 번역소설은 7천부가 합격선' 이라는 일본 출판계의 기준을 통과한 것이다.

신초샤도 2년전부터 젊은층에 어필하는 외국소설 번역물들을 출간하고 있다. '북 플러스' 의 인기에 힘입어 '키스' '안젤라의 재' '암스테르담' 등 올해 펴낸 책들이 모두 1만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가도카와쇼텐의 북플러스 담당자 스가하라 데쓰야씨는 "화려한 그림과 사진에 길든 젊은층의 취향과 맞아떨어진 것" 이라며 "책의 두께와 크기를 감안하면 아주 긴 장편소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고등학생부터 30대까지 독자층은 길이보다는 감각적인 내용을 중시하는 추세여서 앞으로 고정독자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해마다 6만5천여종의 신간이 발행되고 있는 일본. 하지만 장기불황에 따른 소비감소와 인구고령화.인터넷 휴대전화 보급 등으로 독서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최근 발표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출판물 판매액은 2조4천만엔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신간종수도 6만5천26권으로 15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보다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문고판이다. 98년 일본 서적판매액이 전년 대비 5.9% 감소한 상황에서 0.8%의 신장세를 보였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문고판이 "워크맨처럼 갖고 다니기 편하다" 는 고정독자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칙칙한 표지에 깨알같은 글씨는 화려한 화보중심의 잡지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눈길을 돌리지는 못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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