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수방작업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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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달 26일 국가 사적으로 지정예고된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내 경당연립주택 발굴 현장에 장마철 침수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침수에 대비해 발굴작업이 이뤄진 부분을 20일 흙으로 되매우는 수방(水防)작업을 하려 했으나 경당연립 재건축 조합원들의 저지로 복토(覆土)작업이 시작 30여분 만에 무산됐다.

주민들은 "재건축 포기에 따른 보상액과 지급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질 경우 보상이 늦어질 것" 이라는 주장이다.

◇ 복토작업 무산〓20일 오전 9시 문화재청은 송파구청으로부터 공공근로 인력 20명을 지원받아 재건축 부지(2천4백평)내 발굴 부분 1천2백평의 복토작업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주민 반발을 우려해 경찰 출동을 요청, 경찰 40여명이 배치된 상태였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원 40명이 "토지 소유주인 조합과 합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작업을 한다" 면서 현장으로 몰려들어 작업을 저지했다.

문화재청 심영섭 학예연구관은 "발굴 현장에 물이 찰 경우 노출돼 있는 유구(遺構)가 모두 허물어질 수 있다" 고 우려했다.

◇ 피해보상 난항〓재건축 조합원들은 '대통령까지 주민 피해 보상을 지시했는데 보상이 지연돼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고 호소하고 있다.

재건축조합 팽성락(42)조합장은 "조합원 대부분이 중도금 대출과 발굴 비용 등 때문에 월 70만~80만원의 은행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면서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보상 절차를 추진하지 않으면서 '걱정 말라' 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고 불만을 나타냈다.

보상 대상은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를 포함해 2백21명. 조합측은 4백35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피해보상은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7대3의 비율로 분담하는 것으로 협의된 상태다.

문제는 주민들이 분양 프리미엄을 포함해 대체 입주가 가능한 충분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문화재청과 서울시 등은 '기대 이익' 에 해당하는 프리미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분양 권리금이 보상 대상이냐, 아니냐를 놓고 팽팽한 마찰이 빚어질 전망이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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