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대학생 관공서 자원봉사 활성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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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득세 신고의 달인 5월에 성북세무서는 국민대 회계학과 자원봉사학생 34명을 모집해 납세자의 신고서 작성 현장에 투입했다. 일종의 대학생 세금신고 '도우미' 였다.

미국 등 선진국에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라 시작 전에는 다소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 도우미 활동은 대단히 성공적으로 끝났다.

고객.세무서 직원.학생 모두에게 일종의 '윈윈게임' 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세무서든 매달 마지막 주일엔 납세자가 한꺼번에 찾아오는 바람에 일시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습하고 싶어도 현장을 찾기 어렵다.

이럴 경우 이들 대학생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면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있다. 우선 납세자 입장에서는 신고서 작성수수료를 절약하면서 최대한의 편의를 누릴 수 있다.

세무서 직원들은 종전과 달리 신고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다른 전화상담에 전념함으로써 '불친절한 세무서' 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을 수 있다.

학생들도 현장체험을 통해 부기.회계실무.세법 등 교과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봉사의 보람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그동안 영세사업자의 세금신고는 대부분 세무서 직원이 대리로 작성해 왔다.

이는 납세자가 자진신고토록 한다는 규정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세무공무원과 납세자간 유착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대학생 도우미를 활용할 경우 이런 부패의 소지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학교와 일반사회가 단절돼 있다. 대학생 자원봉사 활동이 사회적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지 않은 탓이다.

앞으로 일선 세무서뿐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도 적극 나서 우리 사회에 대학생 자원봉사 시스템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급인력에 대한 각 기관의 수요와 현장체험을 원하는 각 대학의 공급이 일치할 경우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방학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원봉사의 길이 열렸으면 한다.

진병건 <성북세무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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