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안 낳는 사회] 6. "엄마는 아플 틈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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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적=엄마의 노력'.

요즘 엄마들이 자식 교육에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 성적은 '양극화'가 뚜렷하다. 공부를 아주 잘하거나, 아주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엄마들은 "손을 놓는 순간 아이 성적은 바로 떨어진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41)씨는 "학습지 등을 해도 엄마가 봐주지 않으면 진도를 제대로 나가지 못한다"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시험 때면 암기과목을 챙겨주는 것도 엄마 몫이다. 이럴 땐 남편 밥 해줄 시간도 없어 허둥댄다는 설명이다. 아이를 학원에 챙겨 보내거나 차로 실어나르는 이른바 '로드매너저'도 엄마가 해야 한다. 오죽하면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까.

경기도 반월에서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최모(33)씨는 "두세곳의 학원을 아이 혼자 시간 맞춰 다니기는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챙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3 자녀를 둔 김모(45)씨도 "아이 하나만 돼도 엄마의 생활은 없다"며 "수험생이 있는 집은 어떤 가족행사에서도 예외가 인정된다"고 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정광희 박사는 "학벌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 풍조가 문제"라며 "교육개혁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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