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북시대] 김정일이 본 남쪽 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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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 중 남측 언론에 대한 시각을 간간이 드러냈다.

관심과 호기심.불만.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었다.

그는 남측 언론사 사장단을 평양으로 흔쾌히 초청했다.

그러면서 "남측 언론의 비판의식을 이해한다.

그러나 화해.협력하기 위해 호상간에 싸안아 줄 것은 안아줘야 한다" 고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에게 말했다.

불만과 기대를 동시에 표출한 대목에서 그의 남측 언론관(觀)을 엿볼 수 있다.

金위원장의 '불만' 은 자신과 북한의 이미지가 제대로 투영되지 않았다는 때문인 것 같았다.

金위원장은 "서울의 신문들을 보니까 기자어른들이 평양시내가 한적하다고 썼더라. 한적하다는 말은 뭔가 없다는 말 아니냐" 고 되묻기도 했다.

"언론이…, 구라파 사람들이 나를 은둔한다고 한다" 고 가벼운 문제 제기도 했다.

그는 또 "남측에서는 광고만 하면 잘 되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실리를 추구한다" 고 해 '체제유지 수단' 으로서의 매체라는 기존 언론관을 드러냈다.

관심이 없으면 불만도 기대도 없는 법. '金위원장은 남측 TV.신문을 자주 접하고 있음을 명료하게 보여주었다.

金위원장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함께 남측 신문철을 뒤적일 기회를 가졌다.

1면 전면을 정상의 만남 사진으로 보도한 (14일자 중앙일보)신문을 보고 金대통령이 "기념으로 드리겠다" 고 하자 金위원장은 측근들에게 "잘 챙기라" 고 지시했다.

金위원장은 옛 '서울신문' (현 대한매일신보)에 대해 "제호가 바뀌었다면서요" 라고 물어왔다.

金위원장은 "우리는 관영방송을 중시하니 KBS를 먼저 보고, MBC.서울방송도 본다" 고 해 전 채널을 접하고 있음도 시사했다.

서해교전 등 어떤 대치상황에서도 남북이 서로 신문만은 맞교환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설(說)도 있다.

金위원장은 그러나 자신의 이미지 변화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남측 언론의 기능과 남북관계에 대한 영향력도 주목하기 시작한 듯했다.

그는 "남측 언론이 빠르더라. 내가 술취한 것까지 나오더라. 새벽 3시까지 TV를 봤다" "(실향민이)우는 게 나오더라니까" 라며 '속보성' '개방성' 등을 지적했다.

우리 사진기자들이 金대통령과의 건배 사진을 못찍었다고 하자 그는 "오늘은 좋은 날인데 우리 배우 한번 합시다. 출연료를 줄 겁니까" 라며 흔쾌히 응했다.

그래서 그의 언론사 사장단 초청은 남측 언론관(觀)의 우호적.긍정적 변화로도 해석된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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