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북시대] DJ 치켜세운 김정일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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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정일 위원장은 '통큰 지도자' 로서 여러가지 면모를 과시했다. 우리측을 한국이라고 부르면서 화제를 이끌다가 은근히 북측 체제의 비교우위를 과시하기도 했다.

만찬에서 金위원장은 "19세기 일본이 은단을 전세계에 보급한 것처럼, 김치를 전세계에 보급한 것은 대한민국의 공이 큽니다" 고 평가.

그런 뒤 金위원장은 "평양이 조용하다고 하는데 워싱턴 같다. 그런데 서울은 뉴욕을 닮아가고 있다" 고 지적한 뒤 "차나 사람을 현재 숫자 이상으로(평양에)못들어오게 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창조한 부에 의해 인간이 멸망한다" 면서 환경문제를 거론했다는 것.

김대중 대통령이 집념을 보인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타결지은 뒤 金위원장은 "(金대통령의 고향인)전라도 고집이 이렇게 셀 줄 몰랐다" 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이 전했다.

이에 金대통령이 "어디 金씨냐" 고 물었고 金위원장이 "전주金씨" 라고 대답. 그러자 金대통령은 "나는 김해金씨이니까 金위원장이 진짜 전라도" 라고 해 웃음이 터졌다.

옆에 있던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가 "제가 전주李씨" 라고 끼어들자 金위원장은 "우리 일가 만났습니다" 고 해 다시 웃음이 이어졌다.

金위원장은 또 金대통령에게 "옛날 정치인 같으면 이런 일(공동선언)을 하지 못했을 것" 이라며 "金대통령과 내가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평양소년예술단의 서울 공연 때 학교에서 태극기를 내린 것을 안뒤 金위원장은 "서울이니까 (태극기가)걸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공기를)달지 않느냐" 며 관계자를 꾸짖었다고 한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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