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북시대] 분주한 법무부·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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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가보안법 개정을 위한 법무부와 검찰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15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면서 "일선 공안 검사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 조항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 제2조(반국가단체 정의), 7조1항(찬양.고무죄), 7조3항(이적단체 구성죄)등이 주요 개정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 제2조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는 반국가 단체에 해당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협력체제를 구축키로 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정의하고 있는 셈이다.

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점을 알면서도 반국가 단체나 그 구성원들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선동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제7조1항)는 부분도 개정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엄격하게 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호감을 표시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나 이를 보도한 언론사들도 사실상 국가보안법 위반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7조3항의 이적단체 구성죄도 손질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현재의 법 조항은 이적단체를 구성하면 무조건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데다 제2조의 개정으로 북한이 반국가단체로 규정되지 않을 경우 이적단체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의 하나로 지적돼 온 제10조(불고지죄)와 제5조(반국가단체에 대한 지원 및 금품 수수), 제8조(회합.통신), 제9조(편의제공)등도 손질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보안법과 검찰공안부에 대한 명칭 변경도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에서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무산됐고 우익단체들의 반발이 여전한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조항이 전면 폐지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지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을 여전히 반국가단체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대신 상황에 따라 법 적용을 탄력적으로 하거나 단서조항을 달아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경우도 "법 적용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 는 지적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당분간 국가보안법 개정 방향을 놓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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