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입학생 줄이려 시작된 입시제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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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호 04면

입학사정관제(Admission Officer System)는 1920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1920년까지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학생들의 성적을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그런데 성적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대학들에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당시 미국 사회의 주류 지배계급이자 기부금을 많이 내는 대학 동문 자녀의 입학률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는 유대인 자녀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입학사정관제

대학들은 유대인 입학생의 수를 줄이고 부와 권력을 가진 동문 자녀를 더 많이 입학시키기 위한 입시제도가 필요했다. 이것이 입학사정관제의 시작이다. 교육과학기술연수원 한석수 원장은 “당시 새롭게 만들어진 입학사정관제의 포인트는 ‘자유재량’과 ‘불투명성’이었다”며 “두 가지 특징을 통해 대학들은 자유롭게 대학의 이익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라는 새로운 입시제도가 도입된 후 미국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핵심은 선발기준이었다. 이런 논란은 수십 년간 계속됐고 그 결과가 오늘의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관제다. 현재 미국의 입학사정관들은 교과성적, 이수 교과목의 특징, SAT 혹은 ACT 성적, 에세이, 지원대학에 대한 관심, 추천서, 면접 등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평가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정성과 신뢰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평가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불합격 통지서에 입학사정관 이름은 물론, 연락처까지 표기하는 곳도 있다. 2008학년도 입시에 10개 대학에서 시범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90개 대학으로 확대된 우리나라의 입학사정관제는 미국의 제도를 차용해 왔지만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 대학의 신입생 선발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미국의 입학사정관제와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의 입학사정관제는 수능 100% 전형이나 논술 전형처럼 별도의 독립된 전형으로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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