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불법훼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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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대가 관할 구청과의 협의내용을 무시하고 관악산 내에 미술관 부지 조성공사를 벌여 물의를 빚고 있다.

관악구청은 서울대가 공사를 강행할 경우 사법당국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인데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도 15일 서울대 정문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 관할구청과의 협의 무시〓서울대는 지난달 중순 학교 정문과 교수종합연구동 사이 1천4백여평 규모의 녹지에서 나무 1백12그루를 캠퍼스내 다른 지역으로 옮겨 심고 잡목 2백40그루를 베어냈다.

서울대측은 지하 1층.지상3층(연면적 1천5백평) 규모로 2001년 말까지 미술관을 지을 계획이다.

문제는 관악구청이 지난 2월 서울대의 계획보다 건물 위치를 교수연구동쪽으로 40m 옮겨짓도록 건축을 허용한 것을 서울대가 무시했다는 점이다.

구청측은 서울대가 원하는 건물 부지의 녹지 상태가 양호한 데다 그 자리에 건물을 지을 경우 산림이 양분되기 때문에 부지 위치를 옮기는 조건으로 건축을 허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는 당초 계획했던 부지에 공사를 착공해 지난달 중순 건축 허용 지역(1천3백여평)밖의 녹지 1천4백여평에서 나무를 베어냈다.

◇ 시민단체 반발〓구청측은 지난달 말 이 사실을 발견하고 서울대에 시정을 지시해 서울대측은 12일 나무가 사라진 녹지내에 잔디씨를 뿌리는 응급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당초 계획대로 공사를 추진할 의사인 것으로 알려져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관악산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관사모)' 대표 이후용(李厚容.60)씨는 "서울대가 지난해부터 캠퍼스내 곳곳에서 건물 공사를 하는 바람에 이미 관악산이 크게 훼손됐다" 면서 "아무리 서울대 부지라고 하더라도 수도권 주민들의 허파 역할을 하는 관악산이 더 이상 훼손돼서는 안된다" 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생태보존부장도 "법을 지키는데 앞장 서야 할 서울대가 관할 구청과의 협의를 무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지적했다.

관사모 등 지역내 33개 시민단체와 환경운동연합 등 5개 환경단체 등은 15일 오전 시민 1천여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관악산 훼손 항의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정재성(丁載聲)시설과장은 "구청과의 협의내용은 권고사항이지 강제 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면서 "원래 계획했던 부지 여건을 감안해 설계를 마친 데다 공사기간이 빠듯해 구청측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고 말했다.

그는 또 "구청이 건축을 허용한 부지에는 사유지가 일부 포함돼 있어 계획을 수정할 경우 공사 진행이 어렵다" 고 설명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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