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학] 금융지주회사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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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금융지주회사라는 말이 막 돌아다니는데도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네요. 한마디로 그것은 주식 보유를 통해 다른 금융회사를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실체는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한다고 해서 '페이퍼 컴퍼니' 라고도 하지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할게요. 금융지주회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업형 금융지주회사, 다른 하나는 순수형 금융지주회사입니다.

사업형은 은행이 다른 금융기관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입해 해당 금융사를 자회사로 지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 은행과 자회사 사이에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두고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지요. 흔히 은행지주회사라고도 합니다.

순수형은 은행도 다른 금융사와 같은 자격으로 금융지주회사 밑에 소속되는 방식입니다.

현재 우리가 추진 중인 것은 순수형이죠. 어느 경우든 금융지주회사는 경영전략의 기본 틀만 만들고 나머지는 개별 금융사들이 독자적으로 결정을 하게 됩니다.

대개는 자회사 아래 손(손자)회사를 만들어 금융업은 아니지만 연관성이 있는 사업을 펴나간답니다.

얼핏 문어 발 확장, 이어서 재벌을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사실 그렇습니다. 금융지주회사와 재벌은 경제력 집중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흡사합니다.

다만 재벌은 개별 회사의 경영에 직접 간여를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는 자율에 맡기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금융지주회사를 만드는지 의문이 생길 것 같군요. 한 울타리 속에서의 금융영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겸업화 효과입니다.

반면 금융지주회사와 함께 거론되고 있는 합병은 대형화를 통해 질적 서비스를 높이기 위한 전략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꼭 알아둬야 할 경제학 용어를 하나 가르쳐 줄게요.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라는 말입니다. 규모의 경제는 기업이 클수록 경제적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관점에서 대형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반면 범위의 경제는 기업의 크기보다는 다양성으로 승부를 걸려는 거죠. 이 설명을 하는 이유를 알거예요. 금융지주회사는 바로 범위의 경제 효과를, 합병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각각 노립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규모의 경제를 위해 노력을 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범위의 경제에 중점을 두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뒤늦게 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하기로 결정했고 그것을 위해 지금 특별법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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