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북한 국빈 영접 관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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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순안공항에 직접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한 것과 관련, 외국 국가원수들이 평양을 방문할 때의 영접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의전의 특징은 주석.총비서가 직접 공항이나 평양역에 나가 국빈을 맞이하기도 한다는 점에 있다.

1980년대 중반 몽골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에 김일성(金日成)주석이 공항에 직접 마중나간 사례가 있었다.

또 金국방위원장도 88년 9월 양상쿤(楊尙昆)중국주석의 방북 때 평양역에 직접 나가 영접했다.

중국지도자들이 평양역으로 들어올 때는 金주석이 직접 열차에 올라가 인사하는 환대를 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공항.평양역 영접이 이색적인 일은 아니며 이번에 金대통령을 국가원수에 상응하는 영접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측이 金대통령을 위해 의장행사를 진행한 것은 한국정부의 실체를 인정한 것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국빈 영접시에 현장에서 국가 연주와 예포.의장대 사열 등의 의식을 행한다.

또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수십만명의 평양 시민.학생들이 환영행사를 펼치는 것도 관례다. 환영행사 때는 붉은 스카프를 외국 정상의 목에 걸어주는 절차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가 연주와 예포는 생략한 채 의장대 사열만 했다.

우리측이 신경을 곤두세웠던 붉은 스카프를 목에 걸어주는 절차도 생략하고 꽃다발 전달에 그쳤다. 그리고 연도 행사는 다른 어떤 국빈 방문 때보다 성대했다. 남측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정상회담을 준비해 온 정부당국자는 "북한이 공항 의전행사를 준비한 것은 물론 이 정도로 뜨겁게 환영해 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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