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정치] 세종시 설득 총력전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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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예부터 충청도를 ‘충절의 고장’이라 부른 것이 허사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한 충청인이 얼마나 많나. 김좌진 장군, 윤봉길 의사, 유관순 열사…. (그런 자부심 높은 충청이) 국가와 충청에 좋은 것을 만드는 걸 기다려주시면 어떻겠나.”

정운찬 국무총리가 최근 충청민들을 만나면 하는 말입니다. 세종시 수정안 설득을 위해 충청민의 자존심을 세워주며 다가서려는 노력이 묻어납니다. 총리뿐 아니라 요새 정부 안에서는 ‘충청도민성(性)’을 부쩍 화두에 많이 올립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보다 충청도민을 설득하라”고 했듯 수정안 통과의 관건이 충청 설득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충청도민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지가 정부의 고민입니다. 그래서인지 일단 정부는 수정안 추진에 나선 ‘키맨(key man)’들의 진용을 ‘동네 사람들’로 구성했습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정 총리 휘하인 조원동 세종시 기획단장은 충남 논산, 송석구 세종시 민관합동위 민간위원장은 대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충남 청양이 고향입니다. 총리가 발탁해 최근 총리실에 합류한 김창영 신임 공보실장도 충남 금산 출신입니다. 앞서 국회에서 현 세종시법을 ‘녹색첨단복합도시 건설특별법’으로 바꾸자는 개정안을 낸 사람은 충주가 고향인 임동규(한나라당) 의원이지요. 지역에선 ‘골육상쟁’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동네 사람이 낫다”는 계산법이 깔려 있습니다.

여기에 대통령 의중을 담아 활동하는 특임장관실은 최근 충청민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습니다. 속내를 들여다보겠다는 겁니다. 그 결과 충남과 충북 간, 공주·연기와 다른 지역 간 미묘한 생각차를 알 수 있었다고 하네요. 16일부턴 주호영 장관이 세종시 ‘상주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악수마저 뿌리치는 이도 있지만 여론 주도층 외에 밑바닥 민심도 잡아보겠다는 겁니다.

압박전략도 사용됩니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충청권이) 세종시 원안을 고집한다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다른 지역에 줘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세종시 민관합동위가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유치를 건의하긴 했지만 충청이 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과기벨트가 안 갈 수도 있다는 ‘경고’가 가미됐다는 평입니다.

하지만 역시 정부는 충청 달래기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운동을 못하는데도 몸무게가 2㎏ 빠졌다는 정 총리는 19, 20일에도 네 번째 충청행에 나섭니다. 이장단 간담회·과학기술인 만찬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청와대 실세 수석들도 세종시 문제에 달라붙어 있고, 대통령도 조만간 충청을 방문한답니다. 정부의 ‘세종시 올인’에 충청도민의 민심은 결국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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