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삶에 빛을 주는 ‘맑은 보석’ 눈물만큼 힘 되는 것도 없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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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힘들 땐 그냥 울어
스즈키 히데코 지음
이정환 옮김, 금동원 그림
중앙북스, 247쪽, 1만2800원

‘눈물’은 꽤 넉넉한 동사를 취하는 우리말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눈물이 고이거나 핑 돌거나 흐르거나 샘솟거나 쏟아진다 따위의 말을 흔히 쓴다. ‘눈물’이란 말이 이토록 넓은 스펙트럼을 거느린 건 아마도 고통과 슬픔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퍽 다양하기 때문일 터다.

이 책은 그 모양새가 어떠하든 눈물이 고통을 이겨내는 자양분임을 증언한다. 눈물을 짓든 머금든 글썽거리든 질질 짜든, 작심하고 울어버리는 일 자체가 지닌 신비를 들려준다. 책을 쓴 스즈키 히데코 수녀는 일본에서 말기 중환자들의 심리 치유를 돕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의 신학’을 실천하는 그는 책을 통해 “눈물만큼 마음에 힘을 주는 것도 없다”며 괴롭고 지칠 땐 마냥 울어보라고 권한다.

책은 고통을 벗고 행복을 입을 수 있는 스물 다섯 가지의 메시지를 정갈하게 차려뒀다. 먼저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책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자신의 단점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관점에 따라 단점도 눈부신 장점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스스로를 책망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종종 “왜 그걸 하지 않았을까”라고 묻곤 한다. 그러나 그런 질문은 스스로를 책망하게 한다.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보고 의욕도 저하된다. 스스로를 탓하는 대신 행복해지는 일에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라는 게 저자의 충고다.

홀로 버려진 듯 외로울 때는 어떡해야 할까. ‘언령(言靈)’이란 말에 해법이 있다. 말에 혼이 있다는 뜻이다. 좋은 말을 되풀이해 영혼을 울리면, 언령이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고 행복을 끌어낸다. 고독을 무너뜨리고 행복해지는 ‘실전 비법’도 적어뒀다. 매일 잠들기 전 3분간 하루 중 즐거웠던 일을 쓰는 일이다. 꾸준히 적다보면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고 싶을 때다. 이 대목에서 저자의 충고는 따끔하다. “고인 물에서 혼자 즐거워하지 말라”고 훈계한다. 자신의 행복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고인 물처럼 언젠가 썩게 마련이란 얘기다. 이웃과 마음을 나눌 때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책의 메시지다.

고통스런 일상에서 “더러운 세상” 탓만 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행복에 이르는 길이 보일 테다. 그 시작은 눈물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슬픔에 맞선 눈물은 인생을 좀 더 살 만하게” 만든다. 눈물은 우리 삶을 반짝이게 하는 ‘액체 보석’이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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