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갯벌간척은 미래에의 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여기는 우리의 땀과 소망이 영근 알뜰한 보금자리/ 천년 역사를 오늘에 이뤄 지도를 바꾸어 놓은 개척정신이여…. "

8백20만평의 광활한 논들이 펼쳐져 있는 전북 계화평야의 초입에 세워진 '계화간척사업 준공기념탑' 에 새겨진 글이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계화도의 양쪽에 방조제를 쌓아 만든 계화평야는 현재 호남 쌀의 미질(米質)을 선도하고 있는 쌀 생산기지일 뿐 아니라 한국 최고의 환경친화적 농촌이 돼 있다. 그 계화방조제 바깥쪽에 다시 새만금방조제가 건설되면서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간척사업은 갯벌파괴 내지 환경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갯벌' 과 '새로운 환경으로의 변화' 임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서해 연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하천으로부터 많은 양의 퇴적물이 공급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안선의 굴곡도 심해 새로운 갯벌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방조제 건설 후 새로운 갯벌이 형성돼 또다시 간척된 경우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강화도다. 강화도의 간척사업은 고려 고종 22년(1235년) 몽고의 침입을 받은 조정이 이곳으로 천도한 이후 시작됐다. 고려 조정은 갯벌을 흙방축으로 막고 경작해 식량을 조달했다. 이후 10여차례의 간척사업과 이에 따른 새로운 갯벌의 형성으로 여러개의 섬이 합쳐져 현재의 강화도가 된 것이다.

하나의 방조제를 건설하면 바깥쪽에서 유속이 느려지는 곳이 생기게 되는데, 이곳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갯벌이 점점 넓어지게 된다.

세계적으로 간척이 활발한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간척가능한 갯벌의 94%를, 일본은 89%를 이미 개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간척가능한 갯벌 40만㏊ 중 고작 33% 정도만 간척완료 또는 진행 중인 상태다. 오.폐수 등 오염원의 유입으로 생명력을 잃고 황폐화한 갯벌이 간척사업으로 국토확장의 부가가치를 창출함은 물론 싱싱하고 생명력 있는 새로운 갯벌로 거듭 태어난다면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허유만<농학박사.농어촌연구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