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학 칼럼]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조지프 S 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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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미국의 힘은 무기체계나 월스트리트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사상이나 이념, 심지어 오락도 미국이 발휘하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다음번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는 미국 외교정책의 가장 큰 원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그것을 소프트 파워' 라고 이름 붙였다.

'딱딱한 힘' 은 한 국가가 경제제재나 군사력 등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다른 나라에 강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반면 소프트 파워는 강제보다 매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만약 특정국가가 소프트 파워를 활용할 수 있다면 강제적 방법에 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정책적 목적달성이 가능하다. 힘의 두가지 차원-딱딱함과 부드러움-은 다같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두측면이 서로를 뒷받침할 때 힘은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다. 소프트 파워에는 몇가지 원천이 있다.

첫째가 가치다.

미국이 자유와 인권.민주주의에서 누구보다 앞장선 국가로 여겨질 때만 다른 나라는 미국의 지도를 따른다. 만약 미국이 위선적으로 비칠 때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따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즉, 미국인이 국내에서 영유하는 생활의 질-번영과 사회적 안전망, 법앞의 평등, 민주적 선거 등-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소프트 파워의 또 다른 원천은 미국의 대학들이다. 세계 곳곳에서 매년 약 50만명의 학생들이 미국의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모두 만족해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고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미국을 바라보게 된다.

미국의 문화수출도 소프트 파워의 또다른 원천이다. 미 영화와 TV프로그램은 대중문화를 지배하며, 미 예술과 학술논문들은 고급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빠른 보급이 이뤄지는 인터넷에는 미국적 내용이 압도적이다.

소프트 파워는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작동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미주인권위원회 같은 기구들이 미국과 양립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의제들을 만들어나간다면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커질 것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까지 고려해 만들어진 국제적 규칙의 틀 안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 미국의 힘은 그만큼 정당화되고, 더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독일의 언론인 요제프 요페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한 나라가 우위에 서게 되면 다른 나라들은 힘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강한 나라에 대항해 단결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은 아직 그런 현상을 겪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 중 하나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들었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위협적이기 보다 매력적인 존재로 느끼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초강국 미국의 '하이퍼 파워' 를 반드시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최근 들어 유럽 각국이 이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소프트 파워와 딱딱한 힘, 이 두가지 면에서 모두 강한 미국은 세계의 안정과 동북아시아의 지역적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더구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립해온 한국은 이젠 자신의 소프트 파워를 키워야 할 단계에 와 있다.

평양 당국이 최근 서울을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이 한국의 눈부신 정치.경제적 발전을 외면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미 양국이 보여주고 있는 민주주의, 인권과 자유시장경제의 메시지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중요한 것이다. 두 나라 모두 국내외에서 그러한 가치에 걸맞게 행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지프 S 나이(62)

▶미 프린스턴대 최우등 졸업, 하버드대 박사(정치학)

▶미 국방부 차관보, 중앙정보국 국가정보위원장 역임

▶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저서: '핵윤리' '국제분쟁 이해' '이끌 수밖에 없는 미국'

▶홈페이지:(http://ksghome.harvard.edu/~.JNye.Dean.Ksg)

정리〓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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