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전용기 분단이후 첫 남북 릴레이 관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평양 오버. " ↔ "여기는 대구, 핸드 오프(hand off.관제를 넘긴다). "

"아시아나 0001(대통령 전용 1호기)포지션…. " ↔ "라저(OK.roger)."

12일 오전 김대중 대통령의 전용기가 북한 상공으로 들어가기 직전 우리 공군의 대구 관제소와 평양 관제소 사이에 나눌 통화 내용이다. 이어 전용기는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한다.

대구와 평양 관제소는 남한에서 이륙해 북한 상공으로 들어가는 우리 항공기에 대해 이같은 관제활동을 벌인다. 분단사상 처음이다.

서울공항(성남시)을 이륙한 전용기는 대구 관제소의 통제를 받아 서해 상공으로 나간 뒤,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평양 관제소의 통제를 받는다.

남북한은 당초 '대구→중국 선양(瀋陽)→평양' 순으로 관제하기로 계획했으나 지난달 18일 실무회담에서 중국을 거치지 않고 대구.평양 관제소가 직접 통제하기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관제소를 불러낼 때는 1997년 설치한 핫라인이 활용된다.

대구로부터 전용기의 호출 신호와 고도.방향을 전해 들은 평양 관제소는 레이다에 포착된 전용기의 항적(航跡)을 확인, '컨택(contact)' 됐음을 우리측에 알려준다. 동시에 전용기 조종사도 평양 관제소와 교신, 북한 상공 진입 허가를 받는다.

이같은 과정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규칙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절차다. 남북한은 모두 ICAO 회원국이다.

이어 평양 관제소의 도움으로 순안공항 상공에 도착한 전용기는 '순안 타워' 의 착륙 허가를 받는다.

전용기는 金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끝내고 육로(평양~개성 고속도로)로 판문점을 지나 돌아올 때까지 순안공항에 대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서울로 복귀하기 위해서다.

김민석 기자 kim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