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갈 모든 준비는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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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이 9일 평양행을 앞둔 마지막 점검에 나섰다.

金대통령은 도쿄(東京)에서 8일 돌아온 뒤 평양 체류일정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공항.가두 행사는 우리측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이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직접 마중을 나오거나, 공항에서 백화원초대소까지 가는 도중 대규모 환영인파가 나올 경우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김일성(金日成)전 주석 생존 때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이 방북할 경우 金주석은 직접 공항 환영행사에 나가곤 했다.

또 가두 환영인파 앞에서 상대국 정상과 나란히 걷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북측은 金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이런 행사가 있을지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도 우발적인 불상사를 우려한 탓인지 방북 직전인 11일 저녁에나 통보할 것 같다" 고 예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외국 정상이 만나는 의전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가급적 자연스럽게 金대통령의 순발력이 발휘되도록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우리측은 또 金위원장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나 주한미군 철수.비전향 장기수 문제 등 예민한 사안을 불쑥 꺼내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응답 한 마디에 따라 국내외에 일파만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남북간에 이미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거론하면서 원론적으로 언급할 것" 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보안법 문제를 제기할 땐 "지금 그런 문제를 논의해야 별 소득이 없다" 며 비켜나간다는 것이다.

이밖에 金위원장이 金대통령에게 '사회주의식 포옹' 을 제안하는 장면도 거론된다. 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사회주의 국가끼리가 아니면 좀처럼 있기 힘든 일" 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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