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또 강경으로만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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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대 국회가 표 대결을 통해 의장단만 겨우 구성됐을 뿐 초반부터 또 헛돌고 있다.

7일 본회의까지 유회시킨 채 여야는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으나 사사건건 대립, 상당기간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남북 정상회담 지지결의 안건도 언제될는지 불투명하고 상임위 배정 등 원구성조차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질 형편이다.

따라서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는 물론 각종 현안 처리가 지연될 게 뻔하다.

이는 금융 구조조정 문제 등 화급한 국정 현안 처리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가동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는 처사다.

국회 공전 가능성은 우선 상임위원장 배분과 인사청문회 실시 방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모두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한다.

여기에는 비(非)한나라당 세(勢) 결집을 통해 국회의장 선거에서 이긴 민주당의 고자세와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면 계속 끌려다닐지 모른다는 한나라당 내의 강경론이 맞부닥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선 일단 잡은 국회 운영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정상회담이라는 명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표 대결에서 이긴 여세를 몰아 주요 상임위원장을 죄다 챙기겠다고 나서고 인사청문회는 하룻동안 비공개로 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략적 실책으로 다수당의 위세가 무너지자 '4.13 부정선거' 문제를 들고 나오는 등 강공을 펴고 있으나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양당이 강경 일변도로만 나가서는 국회는 또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의석 분포로 보아 민주당이 주요 위원장을 독식하는 것도 순리가 아니고 더군다나 인사청문회의 비공개 주장은 스스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때 '청문회는 공개로 한다' 는 규정에도 어긋난다.

그렇다고 야당이 장외투쟁을 거론하는 것은 더욱 이해못할 발언이다.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논리로 국회를 공전시킨다면 그 책임은 여야 모두에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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