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회담 앞두고 남북 통계수치 암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평양행을 앞둔 김대중 대통령은 요즘 남북한 관련 숫자를 열심히 익히고 있다고 6일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金대통령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관련 자료는 요약본을 포함, 1천여쪽이 넘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남북한 교역현황, 방북자 추세, 이산가족 실태, 북한의 경제.사회상은 수치가 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고 말했다.

수치를 숙지하는 것은 金대통령의 정상회담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쟁점을 거론할 때 숫자를 곁들이는 것이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력을 높인다는 게 金대통령의 생각" 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장관들 업무보고 때도 金대통령은 "미국의 평생교육 비율은 34%인데 우리는 5%" "인터넷상의 자료 중 80%가 영어" 라며 수치로 지시한다.

평양 정상회담 때도 金대통령은 남북 교류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설명할 것으로 이 관계자는 전망했다.

예를 들어 "국민의 정부 들어 북한 방문 숫자가 9천9백65명으로 이전 9년간의 방북자(2천4백8명)에 비해 4배 이상" 이란 한마디가 포용정책을 요약한다는 것. "60세 이상 이산가족 69만명 중 1년에 1만명 이상이 세상을 뜨고 있다" 는 대목을 이산가족 상봉의 절실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金대통령이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경수로.전력사업.철도 연결에 의한 물류비용 절감 통계가 교류의 필요성을 상징할 수 있어 金대통령의 '필독 리스트' 에 올랐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컴퓨터 관심을 고려해 북한 인터넷 사용자 수도 참고자료에 들어있다고 한다.

사회주의식 정상(頂上)상봉과 회담에서 자료를 회담장에 갖고 들어가지 않는 관행도 金대통령은 감안하고 있다고 한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