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보상금 전액 기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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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가 베트남에서 한국군이 자행한 학살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국가에서 받은 보상금 전액을 관련 단체에 기탁했다.

해방 후 중국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영구 귀국한 문명금(文明今.83)씨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국제민주연대 사무실에서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지원금과 민간단체 지원금 등 4천3백만원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실위원회' 에 전달했다.

18세이던 1935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손오현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文할머니는 경기도 광주군 '나눔의 집' 을 운영하는 혜진(慧眞)스님의 도움으로 지난해 9월 64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뒤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여명과 함께 '나눔의 집' 에서 살고 있다.

진실위원회 강정구(姜禎求.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대표는 "文할머니가 기탁한 돈은 베트남에서 학살 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역에 평화와 인권을 기리는 '사죄의 역사관' 을 건립하기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것" 이라고 밝혔다.

文할머니는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 충분하다" 면서 "국가에서 받은 돈을 나보다 더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 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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