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한판 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지난 5월 17일 SK㈜는 금융포털 사이트 '파이낸스오케이' 를 열었다.

이 회사가 올초 시작한 허브사이트 '오케이캐시백' 과 함께 본격적인 인터넷 사업을 하겠다는 신호탄이다.

이미 확보한 오프라인 회원과 제휴업체들을 활용, 기존의 포털.허브사이트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5월 27일 한국통신이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 '한클릭' 보급에 나섰다. 네오위즈의 '원클릭' 을 겨냥한 상품이다. 원클릭의 이용요금이 분당 20원인 반면 한클릭은 분당 3원이란 파격적인 요금을 내걸었다.

5월 29일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분사한 사이버 교육전문기업 '크레듀' 가 창립기념식을 가졌다.

그동안 삼성 계열사 2만3천여 임직원에게 실시해온 경영 교육 관련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일반 기업에 팔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개인 대상 온라인 교육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골리앗(대기업)과 다윗(벤처기업)의 한판 싸움이 드디어 시작됐다. 벤처기업들간의 경쟁을 지켜보던 대기업들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성큼성큼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의 등장에 벤처기업들은 당혹해 하면서도 언젠가 거쳐야 할 싸움으로 보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네오위즈 나성균 사장은 "가격 인하보다 적정한 요금을 받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겠다" 고 말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김재형 서비스개발팀장은 "마케팅이나 자금 면에서는 대기업이 유리하겠지만, 인터넷과 e-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나 기획력은 벤처가 앞설 것" 이라고 말한다.

고지를 지키려는 다윗과 대부대를 이끌고 공세에 나선 골리앗의 한판 승부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불투명하지만, 온라인 사업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아직은 많은 듯하다.

원낙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