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실체를 벗긴다] 공익 강조하는 유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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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전자 연구결과는 인류의 공익을 위해서. '

지놈의 연구결과에 대해 유럽과 미국은 확연한 견해 차이를 보인다.

벨기에 공공보건 연구소 미리암 시니어 박사는 "미국은 기업과 학계가 경쟁적으로 연구하며 특허 요구같은 기업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데 반해 유럽은 각국의 네트워크를 통해 과학자들이 공조한다" 며 "유전자란 태초에 생물의 존재와 함께 있어온 것이라 연구나 해독결과는 전세계인의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기업이나 개인의 이윤을 위해 사용될 수 없다" 고 강조한다.

누군가가 어떤 유전자를 최초로 해독했다 하더라도 그 유전자를 독점할 수는 없다는 것. 현재 유럽 각국은 모든 생물의 유전자가 해독될 때마다 즉시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려 전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브뤼셀은 벨기에의 수도이자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가 있는 곳. 따라서 유럽의 지놈사업도 이곳에서 관장하는데 각 프로젝트는 유럽연합의 프로그램에 따라 나라별로 지원하며 연구결과 또한 유럽연합의 공동협의 아래 공유하고 규제한다.

시니어 박사는 "유럽은 지놈연구에 대한 돈과 정보를 공유하는데 각국에 지원되는 예산은 유럽연합 각국과 산업체들로부터 조성된다" 고 설명한다.

따라서 유럽의 과학자들은 지놈을 이용한 기업의 이윤추구에 거부감을 보이며, 미국의 지놈연구 독주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놈사업의 결과물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예상되는 최대 현안은 특허 인정 여부다. 유전자에 대한 특허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유럽인들의 생각이다.

물론 해독된 유전자를 이용, 특수기능을 발견해 치료약을 개발하는 경우에만 특허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에서 벨기에에 주어진 지놈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과제는 효모균인 이스트다.

현재 유전자 해독결과는 즉시 유럽연합에 알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평가는 유럽각국의 과학자들의 합의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보수적인 원칙론이 지배함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지놈사업에 대해 거는 기대는 크다.

예컨대 세균에 대한 유전자가 모두 규명되면 내성균 출현과 슈퍼박테리아 등장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의 장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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