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 성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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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당대회 다음날인 1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주재한 총재단 회의는 덕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강삼재(姜三載)부총재는 회의에 불참했다. 그의 측근들은 "姜부총재가 할 말이 있을 때만 회의에 나가되 李총재에 대한 견제역할을 충실히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이날 "당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가 되겠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李총재에 대한 건강한 비판세력으로 남겠다" 는 뜻을 밝혔다.

경선 과정에서 확산된 자신의 차세대 주자 이미지를 계속 다듬겠다는 뜻으로 주변에선 받아들였다.

게다가 朴부총재는 경선 과정에서 주류측에 감정을 상한 상태다. 朴부총재는 "투표장에서 조차 '박근혜를 찍으면 안된다' 는 목소리가 들려 오더라" 며 "주류측 견제로 경선 의미가 퇴색했다" 고 李총재측을 겨냥했다.

그래서 이들 두사람이 지명 부총재직을 거부한 김덕룡(金德龍)의원과 함께 비주류쪽에 서서 사안별 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들이 흘러 나오고 있다.

강재섭(姜在涉)부총재는 경선유세에서 "李총재를 도와 정권을 되찾겠다" 고 선언했다. 李총재와 협조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강재섭 부총재 역시 자신을 영남의 대안으로 의식하고 있다.

그가 스스로 말했듯이 "李총재를 비판적으로 지지" 하는 태도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나머지 주류 7명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사람은 최병렬(崔秉烈)부총재다. 그는 부총재 경선에서 1위를 한 만큼 당 운영과정에서 상당한 발언권도 예상된다.

그는 "차기 대선에선 이회창이 유일 대안" 이라며 "이회창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고 다짐했다.

그는 李총재 리더십을 보완하며 '이회창 이후' 를 계획하는 단계적 위상강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주변에선 파악한다.

崔부총재가 구 여권에서 보수에 치우쳤다면 이부영(李富榮)부총재는 구 야권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하며 개혁의 이미지를 쌓았다. 崔부총재와 같이 차기를 계획하며 '이회창 대세론' 에 가담하고 있다.

하순봉(河舜鳳)부총재는 李총재의 핵심 측근이고 김진재(金鎭載)부총재 역시 李총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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