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감독이 “주접 떨지 마” 했을 때 통역은 뭐라고 말했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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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요즘 프로농구에서는 KT의 작전타임이 화제다. 긴박한 경기 속에 해프닝도 만발이다. 대표적인 게 ‘주접 사건’이다. 지난달 20일 KT와 KCC의 경기 4쿼터. KT의 제스퍼 존슨이 심판 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더니 급기야 무모한 개인 플레이를 남발하며 패배를 자초했다.

전창진 감독은 작전타임 때 존슨을 잡아먹을 듯 다그쳤다. “어디서 주접을 떨고 있어”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는 게 중계카메라에도 잡혔다. 존슨도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 과연 이런 상황에서 통역은 감독의 말을 뭐라고 전했을까. KT의 정철우(23) 통역은 존슨에게 부드럽게 “캄다운(Calm down·진정해), 캄다운”을 반복했다. 벤치 상황은 긴박했지만 보는 이들은 배꼽을 잡을 노릇이었다.

‘세븐 사건’도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지난 13일 KT와 모비스의 경기 종료 37초 전 작전타임. KT는 전 감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 76-75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었다. 김승기 코치는 다급하게 “자, 세븐(7) 가자”고 외쳤다. 미리 약속한 패턴플레이의 번호다. 그런데 이틀 전 이적해온 나이젤 딕슨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이번에도 통역이 나섰다. “딕슨이 세븐을 모른대요.” KT는 딕슨에게 작전을 가르쳐 결국 80-78로 선두 모비스를 잡았다. 짜릿한 승리 뒤편의 해프닝이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전파를 탄 경우다.

정철우 통역은 “감독님이 야단칠 때는 선수들이 그 표정만 보고도 무슨 뜻인지 다 안다. 굳이 통역할 필요가 없다. 감정싸움이 안 일어나도록 하는 게 내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딕슨의 경우 팀의 패턴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급하게 설명은 해줬지만 영 못 알아듣는 눈치더라. 어쨌든 팀은 ‘세븐’대로 득점을 하긴 했다”고 덧붙였다. 돌발 상황이 잦아 통역은 힘들다고 하소연이지만, 어쨌든 보는 팬들은 코트 안팎으로 재미가 두 배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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