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는 펀드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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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름을 바꾸면 펀드 팔자도 달라질까. 올 들어 개명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이름을 바꾸는 펀드가 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15일 국내 주식형 펀드 6개의 이름을 바꾼다고 밝혔다. 순자산 규모가 7000억원이 넘는 대형 펀드 ‘KB신광개토’ 펀드는 ‘KB코리아스타’로 바뀐다. ‘KB스타레드성장’ 펀드는 ‘KB그로스포커스’, ‘KB광개토일석이조’ 펀드는 ‘KB그로스&밸류’로 개명한다. ‘KB 2000시대 외국인 선호주’처럼 펀드 이름이 길어서 불편했던 펀드는 ‘KB 외국인 선호주’ ‘KB M&A테마’ ‘KB스타 업종대표주’로 이름을 줄였다. KB자산운용 권문혁 상품전략부장은 “투자자들이 이름만 듣고도 펀드의 성격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판매사와 협의해 명칭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유독 개명펀드가 좋은 성과를 거뒀다. ‘삼성밀레니엄드래곤승천펀드’는 올 8월 ‘삼성스트라이크’로 이름을 바꾼 지 두 달 만에 900억원을 끌어 모았다. 1년 수익률도 상위 3% 안에 든다. 9월 개명한 ‘동부그레이터차이나중소형주’ 펀드(기존 동부차이나진주찾기주식)도 올 들어 70%가 넘는 높은 수익률로 선전하고 있다. 2007년 일찌감치 펀드 이름을 바꾼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기존 한국부자아빠성장) 역시 6개월 수익률 1, 2위를 다투고 있다.

펀드 개명은 주로 성과가 좋은데 판매가 부진하거나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펀드를 대상으로 한다. 이미 시중에 나온 펀드 수는 9101개로 증시에 상장된 종목 수(1944개)를 넘어섰다. 따라서 운용사들은 새로운 펀드를 만들기보다는 괜찮은 소형 펀드를 리모델링해 키우는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펀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든다. 삼성투신운용 김진형 상품개발팀장은 “개명펀드는 과거 성과가 나와 있기 때문에 신규 펀드보다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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