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당대회 전망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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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의 총재.부총재 경선이 있을 5.31 전당대회에 쏠리는 관심은 결과보다는 내용에 있다.

총선 승리로 입지가 좋아진 이회창(李會昌)총재후보의 재신임이 굳어진 가운데 치러지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李후보와 비주류 총재후보 3인의 격차가 과연 얼마나 벌어질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李후보가 몰표를 얻어 압승하는 상황과 김덕룡(金德龍).강삼재(姜三載).손학규(孫鶴圭)후보 등 비주류 3인이 상당정도의 '반(反)이회창 표' 를 결집할 경우 당에 미치는 파장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李후보측은 70% 이상의 득표를 자신한다.

"대의원 접촉 결과 경남과 전남에서 기대에 약간 못미칠 뿐 그밖의 지역에선 '이회창 대세론' 이 맹위를 떨치고 있어 압승할 것" 이라는 게 李후보 진영의 주장이다.

이런 예상이 적중할 경우 李후보는 당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李후보의 '정권창출 유일 대안론' 이 당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음이 입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李후보측은 이번 경선을 계기로 비주류를 완벽하게 제압한 상태에서 차기 대선을 준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대대적인 세몰이를 해왔다.

그러나 비주류 후보 세 사람은 李후보가 1차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실패하더라도 李후보의 득표율을 60%선에서 묶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야 비주류의 설 자리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런 가운데 세 사람의 2위 다툼도 치열하다.

2위를 차지하면 비주류의 대표주자 자격을 확보, 李후보의 잠재적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대의원 여론조사에선 김덕룡 후보가 앞서나가는 가운데 강삼재.손학규 후보가 추격 중인 것으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이번 경선을 '화합과 결속의 축제마당' 으로 치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경선이 과열되면서 불공정 시비가 제기되고, 주류.비주류 사이에 감정이 악화되면서 경선후유증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총재당선이 확실한 이회창 후보는 경선 탈락자를 지명부총재에 안배하는 등 화합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나 비주류 후보진영은 일단은 냉담한 모습이다.

"경선과정에서 李후보가 총재직을 이용해 너무 많은 프리미엄을 누린 만큼 공정경선은 허울뿐이었다" 는 게 비주류측 불만이다.

비주류가 앞으로 李후보에게 협조할 것인지는 李후보의 정치력에 달려 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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