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분리 '3M체제' 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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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현대건설의 자금난이 현대그룹의 2세 경영체제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현대건설에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추가 구조조정 방안의 하나로 현대중공업의 조기 분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3년으로 예정한 현대중공업의 계열 분리가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른바 '3M(정몽구.몽헌.몽준)체제' 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 조기 분리 예상되는 중공업〓현대는 당초 자동차 소그룹은 올 상반기 계열분리하되 중공업은 2003년까지 분리하며, 그 다음에 금융 계열사를 처리하는 스케줄을 잡았었다.

그러나 정부는 자동차외 다른 계열사 분리도 조기에 실행해야 현대가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대중공업 분리를 최대한 앞당겨 자동차가 분리되는 6월말이나 늦어도 연내까지 마무리하라는 주문이다.

여기에는 세계적 우량기업인 현대중공업에 그룹 계열사로 인해 동반 부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6일 현대전자 주식 1천4백44억원 어치를 사들였고, 내달 말부터 3년간 현대건설에 4백31억원의 빚 보증을 서주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6조3천억원에 3천2백억원의 순익을 냈다.

◇ 더욱 확실해진 후계 구도〓정주영 명예회장은 지난 25일 보유 주식 매매를 통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상선.건설 주식을 거의 다 정리했다. 그룹 주력을 정몽헌 회장에게 확실히 넘겨준 것이다.

鄭명예회장은 또 자동차 주식을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됐으나, 이 주식들은 다시 현대자동차.정공이 사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건설.전자.상선.종합상사.증권.투신 등 현대그룹은 몽헌 회장이 ▶자동차.정공 등 자동차 그룹은 몽구 회장이 지분에서도 최대 주주가 돼 명실상부하게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여기에 정몽준 의원 몫인 중공업이 조기 분리하면 이들 삼형제가 2000년대 현대를 이끌게 되는 것이다.

한편 鄭 명예회장의 장남인 몽필(작고)씨 자녀들은 동서산업, 3남인 몽근회장은 현대백화점, 4남인 몽우(작고)자녀들은 고려산업개발, 7남인 몽윤 회장은 현대해상화재보험, 막내인 몽일 회장은 현대기업금융을 각각 나눠 가졌다.

동생인 정세영 회장은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을, 조카인 몽혁 사장은 현대정유를 맡아 이미 계열분리했다.

◇ 알짜 매각 가능성〓정부와 채권은행이 강하게 요구하는 돈되는 알짜 계열사의 매각은 결국 정몽헌 회장이 이끌 기업의 축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정몽헌 회장이 이를 어느 수준에서 수용할 지 관심거리다.

현대전자로부터의 분리 매각이 거론되는 통신.LCD와 증권 등 금융 계열사가 모두 정몽헌 회장이 관장하는 주력이기 때문이다.

김시래.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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