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돈벌기] 싸게 아파트 낙찰한 한순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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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부동산 경매로 아파트 등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기존 세입자 처리문제다.

경매로 주택을 취득한 뒤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선순위 세입자의 경우 전세금을 대신 물어줘야 하는 일도 생기고 최소한 세입자의 이사 비용으로 1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선순위 세입자가 있는 주택이라도 이같은 우려가 없는 경우도 있다.

선순위 세입자의 전입일과 확정일자가 최초 근저당보다 앞서 있을 때다.

이럴 경우 세입자가 가장 우선적으로 낙찰 대금에서 배당을 받기 때문에 낙찰자의 추가 부담이 전혀 없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가정 주부 한순영(45)씨는 지난해 말 이런 아파트를 낙찰해 시세보다 5천만원 이상 싸게 아파트를 장만했다.

법원 경매에 관련된 책을 읽고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된 한씨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여러 번 응찰을 해보았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다른 응찰자들이 예상 외로 낙찰가를 높게 써냈기 때문인데 한씨로선 그 가격으로는 추가비용을 감안한다면 별로 남는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던 중 선순위 세입자가 있어서 투자자들이 응찰을 꺼리는 물건 가운데 선순위 세입자의 확정일자가 최초 근저당보다 앞서면 가장 우선적으로 배당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이런 경우라도 세입자가 법원에 배당 요구를 해놓아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도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확인했다.

그 때부터 이런 물건만 찾던 한씨의 눈에 분당 서현동에 있는 47평형 아파트가 띄었다.

감정가가 3억2천만원이었으나 한 번 유찰돼 최저가가 2억5천6백만원으로 떨어져 있었고 층수도 16층의 9층이어서 괜찮은 편이었다.

최초 근저당이 1996년 11월 20일자로 생명보험회사에 4억원이 설정돼 있었고 전세입자는 이보다 앞선 96년 10월 16일에 전입한 선순위 세입자였다.

전세금은 1억1천만원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낙찰자가 고스란히 물어줄 수도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확정일자도 96년 11월 11일로 최초 근저당일보다 빠르고 배당요구도 신청한 상태였다.

결국 세입자의 전세금은 '근저당과 동일한 효력을 발생하는 물권화' 가 돼있어 법원에서 우선 배당을 해야 하는 것으로 확신한 한씨는 지난해 말 성남지원에서 열린 경매에 참가했다.

물론 경쟁자가 아무도 없어 최저가에 낙찰할 수 있었다.

낙찰 후 예상대로 세입자를 내보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결국 세금 등 추가로 2천여만원이 더 든 것을 감안해도 2억8천만원 정도에 분당의 47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3억3천만원에서 3억5천만원 선에 호가하고 있어 최소한 5천만원 정도는 싸게 산 셈이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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