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에 비친 북한사회] 3.도농간 격차-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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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북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식량난이고, 이는 곧 농촌의 문제다.

농촌의 열악한 현실과 낮은 생산력은 도시와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고, 그 결과 젊은이들이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향하고 있다.

귀농해 식량증산에 뛰어드는 청년당원을 칭송하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농촌 출신임을 부끄러워하는 대다수 젊은이들의 의식은 여전하다.

'사회주의 낙원' 에서도 가능하면 도시, 그 중에서도 평양에 사는 것을 간절히 소망하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도 자주 보인다.

'이삭이 여물어 간다' (92년)의 여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장에서 일한다. 농촌에서 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몇 년 간 일을 하면 대학 입학에 필요한 추천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원하는 대학에 가게 되었지만 농촌을 버리는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농사일에 청춘을 바치는 젊은이의 모습은 찬양의 대상이다. '고향을 꽃피우는 청춘들' (95년)은 가뭄에 맞서 옥수수 농사를 지키는 청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고마운 처녀' (95년)의 여주인공은 평양에 가서 보란 듯이 번듯하게 일하는 게 소원이다.

부모가 사업의 공로로 평양에 배치받는 덕분에 평양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지만 끝내 고향에 남기로 한다.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도시로 가는 것보다 시골에서라도 보람있는 일을 하는 것이 위대한 지도자 동지의 시름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그렇다고 도시를 향한 꿈이 사라질까. '생활의 보람' (92년)이란 영화의 주제가 '평양은 사랑의 요람' 은 그런 꿈을 말해준다.

"이 세상 어디를 가봐도 다시 없는 락원의 도시/안기면 만시름 풀리고 가슴가득 행복 넘치네'/평양 평양 내사랑 정다운 품아/너와 함께 내조국 온 세상에 더욱 빛나네'…"

조희문 <상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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