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은 피하라" 빅3 특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피가 마른다."

올 시즌 프로야구 페넌트 레이스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선두다툼을 하고 있는 현대.삼성.두산 등 '빅3'의 관계자들은 요즘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다승제로 바뀐 올 시즌에서 20일 현재 세 팀이 똑같이 67승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49패로 패전까지 같은 현대와 삼성이 공동 1위고, 이들보다 좀더 많이 진 두산(59패)이 3위다.

당연히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뀐다. 삼성은 지난 19일 두산과의 잠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져 1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가 2차전에서 이겨 세시간 만에 다시 공동 1위가 되기도 했다.

이들 빅3가 순위에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1위와 4위 팀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3위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게다가 준플레이오프가 생긴 1989년 시즌 이래 13번의 경기에서 3위가 이겨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우는 고작 5번이다. 4위가 이길 확률이 오히려 높았다는 것이다. 1위와 비슷한 승수를 올리고도 3위가 된다면 한국시리즈는커녕 플레이오프 행마저 낙관할 수 없기에 '3위 기피증'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현대가 가장 여유있다. 순위에 곧장 반영되는 삼성.두산과의 맞대결을 이미 다 치른 데다 남은 경기도 12경기로 세 팀 중 가장 많다. 가장 절박한 팀은 두산이다. 남은 경기가 6경기로 가장 적은데다 이 중 두 경기는 삼성과 맞붙어야 한다. 10경기를 남겨둔 삼성은 이 두 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러나 현대라고 해서 느긋한 것은 아니다. 하위권 팀과의 시즌 성적이 나쁘기 때문. 남은 경기에서 5할 이상 이기지 못하면 3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현대 정진호 수석코치는 "지금은 단 1승이라도 더 챙기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두산의 양승호 수석코치는 "일단 3위 탈출을 목표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예년보다 1~3위간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추석 연휴가 지나야 1위와 3위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