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칼럼

입학사정관제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입학사정관이 원하는 ‘성적+a’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가장 빠른 표현은 ‘취업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최근에 취업을 했거나 준비해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취업 성공을 향한 사회초년생들의 몸부림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학 학점이나 교수님 추천, 명문대 졸업장이나 간단한 면접시험만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지금의 젊은이들은 여러 가지를 갖추고 또 갖추어야 한다. 입시와 취업을 비교하면, 기존입시에서도 필요했고 지금의 입시에서도 기본으로 여겨지는 ‘성적’은 취업준비생의 학력과 학점에 해당한다. 그리고 새로운 입시에서 요구되는 ‘알파’는 요즘의 취업준비생들이 갖추고자 노력하는 여러 가지 ‘스펙’의 개념과 비슷하다. 기성세대가 대학생활만 열심히 해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듯이 기존 입시가 학교공부와 수능에만 충실해도 합격이 가능했다면, 앞으로의 입시는 최근의 취업시험처럼 자기만의 무언가를 알아서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

취업과 비슷해진 입시

사회초년생이 취업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영업, 인사, 재무 등의 분야 중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가’, ‘나의 전공 및 학점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원하는 바와 자신이 갖추고 있는 바를 고려한다. 마찬가지로 수험생은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기 위해 ‘어느 학과 및 계열에 지원하고 싶은가’, ‘나의 성적으로 어느 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이 뚜렷해야 목표 학교와 학과를 설정할 수 있고 그곳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능하다.

그런데 수험생들에게는 이러한 생각에 앞서는 선결조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자신의 ‘장래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장래희망은, 모두 뭉뚱그려 이야기하면 ‘회사원’이다. 그리고 기업은 취업준비생이 좋은 회사원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왔는지를 심사한다. 마찬가지로 모든 수험생들의 장래희망은 ‘대학생’이다. 그러나 입학사정관들은 수험생에게 좋은 대학생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묻지 않는다. 다만 ‘무엇을 하는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물을 뿐이다. 그들은 학생이 원하는 장래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좋은 대학생’이 될 수 있는 첫 단계를 평가하고 그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전 세대는 한 줄로 세워진 점수에 맞춰 학과를 고르고 또 그 전공 내에서 진로를 고민했지만, 입학사정관제는 ‘입학사정관제 세대’에게 고등학생 때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이에 따라 직업과 전공을 선택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의 최종적인 커리어 고민해야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학생의 노력이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 시험점수 이외의 ‘알파’, 즉 스펙이다. 요즘 세대의 채용과정을 보면, 각 기업별로 요구하는 인재상이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전에는 기업들이 그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원했다면 지금은 ‘자기 회사에 알맞은’ 우수한 인재를 원한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후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도 이와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다. 막연히 우수한 인재가 아니라 각 대학의 이념에 맞는, ‘이런 점에서 이렇게’ 우수한 인재를 찾는다. ‘대학의 기업화’라는 말은 다른 맥락에서 나온 말이지만 입학사정관제를 얘기할 때에도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대학별로 수험생에게 원하는 조건과 그 정도가 다르다면 학생이 먼저 자신의 이상실현을 도와 줄 목표 대학을 정하고 진학을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절차에 앞서는 것은 학생의 최종적인 ‘커리어’를 설정하는 일이다.

대학과 기업이 원하는 공통 인재상

세상은 점차 추상적인 것에서 실질적인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또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실질적인 것을 얻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과 대학은 실질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가 세상의 변화보다 한 단계 발 빠르게 움직여 실질적인 것을 창출하기를 원한다. 주어진 것을 성실하게 하고 현재에만 충실한 인재는 입학(입사) 후 잠재력을 개발하려 노력하지만,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인재는 입학(입사) 후 이미 개발된 잠재력을 가지고 능력을 개발한다. 입학사정관제가 원하는 것은 잠재력을 ‘가진’ 학생이지 잠재력을 ‘찾을’ 학생이 아니다. 수험생들은 고3 11월, 12월 두 달 고민하고 대학에 입학한 후 대학에서 혹은 회사에서 잠재력을 키우려 하지 말고, 지금 당장 자신의 잠재력이 발휘될 ‘방향’을 찾아야 한다.

입학사정관제 준비는 사회인이 되기 위한 준비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청년들은 ‘준비가 너무 늦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몇 년 만 더 일찍 목표를 세웠다면 차근차근 즐기며 준비할 수 있었을 거라며 목표 없이 보낸 시간을 아쉬워한다.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역시 학생일 때만 겪을 수 있었던 준비과정이 알차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 입학사정관제 세대인 지금의 수험생들은 그들이 모두 되돌리고 싶은 그 ‘지난 날’에 있다. 입시가 취업과 비슷해졌다고 ‘세상 참 빡빡하고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대입에서 끝나지 않고 취업준비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시간이 이끄는 대로 휩쓸려 어딘가에 놓이게 되기보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이끌어 원하는 곳에 도달하는, 주도적인 사회생활의 예행연습이 될 것이다. 열정을 쏟고 싶은 분야가 있고 목표가 뚜렷한 학생이라면, 자신의 점수뿐 아니라 자신의 목표에도 관심을 가져줄 입학사정관제를 기회로 삼아라. 그리고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학생은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학교에 가고, 시험을 보고, 성적표를 받는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구성원이 되어야 할지’ 더 늦기 전에 고민해보기 바란다. 이것이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첫 걸음이겠다.

유미나 칼럼니스트 lucidmin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