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미국선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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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97년 한햇동안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세차례나 자신이 지명한 인사가 상원에서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발탁한 앤서니 레이크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중남미 국가에 대한 무기지원 때문에, 주 멕시코 대사로 지명한 존 웰드 매사추세츠주지사는 제시 헬름스 상원외교위원장과의 개인적 불화 탓에 도중하차했다.

미국 정치에서 인사청문회의 위력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인사청문회는 백악관의 고위직 인사관리의 핵심 변수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연방공무원을 임명할 때 '상원의 조언과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 따른 대상자는 1만6천여명이나 실제 절차를 밟는 공무원은 6백여명. 14명의 장관, 4백여명의 차관보급 이상 고위관리, 93명의 검사, 1백50여명의 대사 등이 포함된다.

청문회는 대상자의 업무와 관련한 상임위에서 열린다. 초점은 정치적 신념에다 재산형성.정치자금 모금 과정.사생활의 윤리성에 맞춰진다. 인종차별.낙태 찬반 문제 등 미국 사회의 예민한 쟁점에 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를 확인한다.

소요기간은 평균 9주일. 자질과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면 길어진다. 그래서 백악관은 자체 검증을 하고, 상원의 반응을 미리 떠본다.

청문회 과정에서 반대기류가 분명하면, 본회의 표결 전에 피지명자가 자진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관례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비판론도 있다. 개인적 결점만 지나치게 부각하고, 상원의 다수당이 다른 현안에 대한 행정부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청문회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것.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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