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사진촬영한다며 유적지 소나무 마구 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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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적답사를 취미로 하고 있다. 최근 경주 남산 답사를 하면서 실망스런 사실을 발견했다. 남산 유적지 주변의 소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내 유적지가 황폐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앞두고 사진촬영을 위해 베어냈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남산의 지반은 대부분이 돌바닥이라 소나무 한그루가 자라려면 영겁의 세월이 필요할 정도다. 그런데 유적지 10여개소에서 소나무를 수십그루씩 베어내다니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간다.

특히 부처골의 감실부처 주변과 삼릉골의 마애선각육존불상 주변은 소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내 유적지 주변의 경관을 훼손하고 유적 자체의 보전관리 차원에서도 치명상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 불상은 벌써부터 심한 풍화 훼손현상을 보이고 있어 장래가 매우 걱정된다.

산성비의 영향인지 소나무를 베어낸 후 과다한 햇빛을 받은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돌이 부스러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2년 전 산불로 남산의 상당부분이 훼손된 후 아직까지 회복기미가 없어 모두 안타까워 하고 있다. 더이상 유적지 주변의 소나무를 마구 베어버리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영옥 <서울 광진구 중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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